괜찮아

얼마전 대학로 커피빈에서 친구를 기다리다 좋은 책한권을 보게 되었다.
"견디지 않아도 괜찮아"
( - 부제 : 나를 움직인 한마디 두번째 이야기 )

친구를 기다리는 잠시 읽어 볼 생각으로 집었던 책의 첫번째 내용을 보자..나는 사지 않을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보았던 것을 여러분에게 공유하고 싶다.

원래 블로그에 글을 길게 쓰는거 별로 좋아 하지 않지만, 그래도 짧지않은 이글을 읽고 여러분에게도...
서점 비베스트셀러 칸에 고이 놓여 있던 이 책한권을 권한다...


괜찮아 - 장영희

초등학교 때 우리 집은 제기동에 있는 작은 한옥이었다.
골목 안에는 고만고만한 한옥 네 채가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한 집에 아이가 네댓은 되었으므로 그 골목길만 초등학교 아이들이 줄잡아 열 명이 넘었다.
학교가 파할 때쯤 되면 골목 안은 시끌 벅적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어머니는 내가 집에서 책만 읽는 것을 싫어 하셨다. 그래서 방과 후 골목길에 아이들이 모일 때쯤이면 어머니는 대문 앞 계단에 작은 방석을 깔고 나를 거기에 앉히 셨다.
아이들이 노는 것을 구경이라도 하라는 뜻이었다.

딱히 놀이 기구가 없던 그때 친구들은 대부분 술래 잡기 사방치기, 공기 놀이, 고무줄 등을 하고 놀았지만 나는 공기 외에는 어떤 놀이에도 참여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골목 안 친구들은 나를 위해 꼭 무언가 역활을 만들어 주었다.
고무줄이나 달리기를 하면 내게 심판을 시키거나 신발 주머니와 책가방을 맡겼다. 뿐인가. 술래 잡기를 할 때는 한곳에 앉아 있는 내가 답답할까 봐. 미리 내게 어디에 숨을지를 말해 주고 숨는 치구도 잇었다.

우리 집은 골목 안에서 중앙이 아니라 구석 쪽이었지만 내가 앉아 있는 계단 앞이 친구들의 놀이 무대였다.
놀이에 참여하지 못해도 나는 전혀 소외감이나 박탈감을 느끼지 않았다.
아니 지금 생각 하면 내가 소외감을 느낄까봐 친구들이 배려를 해준것이 었다.
그 골목길에서의 일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다. 하루는 우리 반이 좀 일찍 끝나서 나는 혼자 집 앞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마침 깨엿장수가 골목길을 지나고 있었다. 그 아저씨는 가위만 쩔렁이며 내 앞을 지나더니 다시 돌아와 내게 깨엿 두개를 내밀었다. 순간 그 아저씨와 내 눈이 마주쳤다. 아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주 잠깐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괜찮아."
뭇엇이 괜찮다는 것인지 몰랐다. 돈없이 깨엿을 공짜로 받아도 괜찮다는것인지, 아니면 목발을 짚고 살아도 괜찮다는 것인지......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내가 그날 마음을 정했다는 것이다. 이세상은 그런대로 살 만한 곳이라고. 좋은 사람들이 있고, 선의와 사랑이 있고, '괜찮아'라는 말처럼 용서와 너그러움이 있는 곳이라고 믿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느 방송 채널에 오래전 학교 친구를 찾는프로그램이 있다. 한번은 가수 김현철이 나와서 초등학교 때 친구들을 찾았는데, 함께 축구하던 이야기 나왔다. 당시 허리가 36인치일 정도로 뚱뚱한 친구가 있었는데, 뚱뚱해서 잘 뛰지 못한다고 다른 친구들이 축국팀에 끼워 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때 김현철이 나서서 말했다.
"그럼 앤 골기퍼를 하면 함께 놀 수 있잖아!" 그래서 그 친구는 골기퍼로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했고, 몇십 년이 지난후에도 그 따뜻한 말과 마음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괜찮아 - 난 지금도 이말을 들으면 괜히 가슴 찡해진다. 지난 2002년 월드컵 4강에서 독일에게 졌을때 관중들은 선수들을 향해 외쳤다. "괜찮아!괜찮아!" 혼자 남아 문제를 풀다가 결국 골든벨을 울리지 못하면 친구들이 얼싸안고 말해 준다.  "괜찮아!괜찮아!"
'그만하면 참 잘했다'고 용기를 붇돋아 주는 말. '너라면 뭐든지 다 눈감아 주겠다'는 용서의 말, '무슨일이 있어도 나는 네편이니 넌 절대 외롭지 않다'는 격력의 말, '지금은 아파도 슬퍼하지 말라'는 나눔의 말 그리고 마음으로 일으켜 주는 부축의 말, 괜찮아
참으로 신기하게도 힘들어서 주저 앉고 싶을 때마다 난 내 마음속에서 작은 속삭임을 듣는다. 오래전에 따뜻한 추억 속 골목길 안에서 들은말, '괜찮아! 조금만 참아, 이제 다 괜찮아질 거야'. 아, 그래서 '괜찮아'는 이제 다시 시작할수 있다는 희망의 말이다
시각장애인이면서 재벌 사업가로 알려진 미국의 톰 설리번은 자기의 인생을 바꾼 말은 딱 세단어, "want to play(함께 놀래)?"라고 했다.
어렸을 때  실명하고 절망과 좌절감에 빠져 고립된 생활을 할 때 옆집에  새로 이사온 아이가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이야 말로 자기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어린아이의 마음은 스펀지 같이 무엇이든 흡수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마음을 정해 버린다. 기준은 '함께'이다. 세상이 친구가 되어 '함께'하리라는 약속을 볼때 힘들지만 세상은 그런대로 살 만한 곳이라든지 아니면 세상은 너무 무서운 곳이라든지 결정해 버린다. 새삼 생각해 보면 내가 이 세상에 정붙이게 만들어준 것은 바로 옛날 나와 함께하기를 거절하지 않은 골목길 친구들이다.
조승희의 죽음에 같은 학교의 한 여학생이 남긴 노트에는 "우리의 이기심이 널 분노하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함께 친구가 되어 주지 못해서 미안해" 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후횟는 아무리 빨리해도 이미 늦다.

오늘 내 블로그를 방문 하신 분들에게..
"괜찮아"


by 비앙카 | 2008/06/12 00:07 | 책을 읽어주는 서랍 | 덧글(4)

Commented by 진혼지서 at 2008/06/12 08:41
너무 좋은 글이네요..
"괜찮다고 말해줘서 고마워요.."
Commented by 飛影 at 2008/06/12 09:04
마음이 편안해 지는것 같아요... ^^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Commented by 비앙카 at 2008/06/12 10:02
저도 책을 읽었을때 괜찮다 라는 말은들은거 같아서요.. 그책에 있는 좋은 내용을 조금 시간이 나면 몇편 더 적어 볼까해요~
Commented by blueday28 at 2008/06/12 13:08
모 일본 만화에서도 우리나라의 유한 단면을 보여주는 단어라며 '괜찮아' 를
언급하던데... 좀 닭살스럽게 말해보자면 '괜찮아'라는 말, 너무도 가까이 있어
소중함을 바로 실감하지는 못하지만 그런 정말 소중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좋은 글 많이 읽고 갑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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